주식 분석에 모델 셋을 붙여 서로 검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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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중인 보유 종목이 하나 있습니다. 회사에서 받은 주식이 얼마간 있고, 몇 년 전에 제 돈으로 더 산 게 있습니다. 그 종목에 큰 발표가 나온 다음 날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기사 몇 개 읽고 넘어갔을 텐데, 그날은 다른 게 궁금했습니다. 저는 하루 종일 AI로 코드를 짜고 문서를 읽고 로그를 뒤집니다. 그 도구로 공시를 읽으면 어떻게 되나. 회사 하나 분석하는 건 코드베이스 하나 파악하는 것보다 자료가 적으면 적었지 많지는 않을 텐데. 그래서 한 모델한테 묻는 대신 셋을 붙였습니다. Claude에게 "AI를 투자에 쓰는 게 왜 위험한지" 목록을 뽑게 하고, 그걸 ChatGPT에 넘겨 반박하게 하고, 다시 Gemini에 넘겨 양쪽을 검증하게 했습니다. 한 모델이 틀리면 다른 모델이 잡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의도한 건 됐습니다. 위험 목록이 나왔고, 서로 꽤 세게 고쳤습니다. 일곱 항목 중 다섯 개는 제가 처음 적은 표현이 부정확하다는 지적을 받고 문장이 통째로 바뀌었습니다. 나머지 둘은 제가 아예 생각 못 한 항목으로 추가됐습니다. 여기까지는 기대한 그림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목록이 다 정리된 뒤에 읽어보니, 제가 애초에 깔고 시작한 전제 하나가 그 목록 안에서 조용히 뒤집혀 있었습니다. "AI를 쓰면 충동적으로 사고파는 일이 줄어든다"는 전제였습니다. 저는 그걸 논의의 결론으로 쓰려고 했는데, 오히려 반대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뒤에 설계한 안전장치는, 두 달 전 제 발행 파이프라인에서 이미 한 번 무너졌던 것과 정확히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첫 질문에 이미 답이 절반 들어 있었습니다 시작을 잘못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처음 던진 질문은 이랬습니다. 보유 수량과 매수 단가를 적고, 지금 얼마나 손실인지 적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사람한테 물어볼 때 하는 방식 그대로입니다. 이 문장 안에는 세 가지가 이미 들어가 있습니다. 매수 단가라는 기준점, 손...

카카오 인적분할과 청년 취업 통계를 나란히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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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두 숫자가 서로 반대쪽을 가리켰습니다 오늘 아침에 뉴스 두 개를 같은 화면에 띄워놓고 한참 봤습니다. 하나는 카카오가 회사를 둘로 쪼갠다는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청년 취업자 수가 45개월 연속 줄었다는 통계입니다. 붙여놓은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기업이 AI를 이유로 몸을 바꾸는 장면과 그 몸에 들어갈 사람이 줄어드는 장면이 같은 원인에서 나온 건지 보고 싶었습니다. 절반만 맞았습니다. 그리고 확인하는 동안 찾지도 않았던 질문 하나가 따라붙어서 글이 끝까지 불편해졌습니다. 먼저 사실관계부터. 2026년 8월 21일 카카오 이사회가 인적분할을 결의했습니다. 신설법인 이름은 카카오AI, 존속법인 이름은 카카오X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으로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 .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광고·커머스를 묶는 "AI 코어 컴퍼니"를 자임했고 2030년까지 매출 6조 원 이상을 목표로 걸었습니다.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 2027년 1월 1일 분할 완료, 1월 27일 재상장이 예정된 일정입니다. 같은 날 오전 10시 50분, 카카오 주가는 전날보다 13.18% 내린 3만 3,600원 까지 밀렸습니다. 종가는 7.49% 하락한 3만 5,800원이었습니다. 한쪽에서는 회사가 AI에 몸을 걸었다고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 발표를 듣고 주식을 던졌습니다. 이 어긋남이 며칠 전부터 머리에 걸려 있던 다른 숫자와 붙었습니다. 45개월. 15~29세 청년 취업자 수가 전년 같은 달보다 줄어든 연속 개월 수 다. 2026년 7월 한 달만 19만 1,000명이 줄었습니다. 기업은 AI를 이유로 몸을 바꾸고, 그 몸 안에서 청년이 들어갈 자리는 45개월 연속 줄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두 흐름이 같은 지점에서 만나는지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답하기 싫은 질문을 붙여야 합니다.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건 2040년 무렵입니다. 그 아이에게 무슨 직업을 권해야 하...

CVSS 9.8 패치가 몰린 날 내 맥의 5900 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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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사내 네트워크가 눈에 띄게 느렸습니다. 처음엔 회선이나 VPN 문제인가 싶어서 재접속을 몇 번 했습니다. 알고 보니 다들 macOS 보안 업데이트를 받고 있었습니다. 화면 공유 취약점 때문이었습니다. 회사 곳곳에서 같은 시간대에 같은 걸 받으니 그만큼 대역폭이 나간 겁니다. 원인을 알고 나니 오히려 좀 안심이 됐습니다. 장애가 아니라 다들 제때 고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저도 받았습니다. 제 맥은 26.6.2가 됐고, 문제가 된 취약점은 이미 그 앞 버전에서 막혀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잘 끝난 얘기입니다. 글을 쓰려고 자료를 뒤지다가 "화면 공유가 켜져 있는 시스템만 해당된다"는 문장을 읽었습니다. 제 맥은 켜져 있습니다. 원격에서 제어하려고 넉 달 전에 제가 켰습니다. 그건 알고 있었습니다. 몰랐던 건 그게 어디까지 열려 있는지였습니다. 5900이 모든 인터페이스에 열려 있었고, 방화벽은 꺼져 있었습니다. 무엇이 뚫렸는지부터 이번 건은 CVE-2026-65400 입니다. macOS 화면 공유의 인증 우회이고, CVSS 점수가 9.8입니다. 10점 만점 척도에서 9.8은 거의 최상단입니다. 애플의 설명은 짧습니다. 네트워크상의 공격자가 유효한 자격증명 없이 화면 공유에 인증할 수 있으며, 인증 과정의 상태 관리를 개선해 해결했다는 겁니다. 이 한 줄만 보면 무슨 일인지 잘 안 그려집니다. 헌트리스가 공개한 분석을 보면 좀 더 구체적입니다. 화면 공유 데몬은 SRP라는 인증 프로토콜을 쓰는데, 그 구현에서 프레임 길이 검사기가 이전 상태의 성공 값을 그대로 반환하는 결함이 있었습니다. 인증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시스템이 "성공"이라고 읽습니다. 그 결과 연결이 인증된 것으로 취급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가 더 붙습니다. 그렇게 통과한 연결은 암호화 없이 이어집니다. 평문 세션이 됩니다. 원래 SRP를 쓰는 이유 중 하나가 세션 키를 만드는 건데, 인증 단계를 건너뛰니 키를 만들 재료도 없습니다. ...

망분리 20년, 법이 요구한 적 없는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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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인터넷이 끊긴 평가 샌드박스 안에서 AI 에이전트들이 게시판을 만든 사건 을 정리하면서 마지막에 이런 문장을 적었습니다. 무엇을 막을지가 아니라, 이 프로세스들이 공유하는 상태가 무엇무엇인지 전부 셀 수 있느냐가 격리의 실제 기준이라고. 써놓고 좀 찜찜했습니다. 프론티어 랩이라 그런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 사무실 PC는 그냥 인터넷이 안 됩니다. 유튜브도 안 되고 카톡도 안 됩니다. 거기엔 공유 캐시니 사이드 채널이니 하는 얘기가 낄 자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국 망분리 규제 문서를 뒤졌습니다. 같은 문장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쓴 것보다 훨씬 자세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안내서에는 접점과 우회 접속 경로, 테더링, 같은 네트워크 구간에 있는 미적용 컴퓨터까지 항목으로 나열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목록을 자기 회사 환경에 대해 다시 써본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선을 끊는 게 정답이던 시절 이 규제가 왜 이렇게 굳었는지 보려면 출발점을 봐야 합니다. 2003년 1월 25일, 대한민국 인터넷이 멈췄습니다. SQL 슬래머 웜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SQL 서버의 취약점을 파고들면서 동시에 자기를 복제하는 악성코드였고, 감염 규모가 8.5초마다 두 배로 늘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퍼진 웜으로 기록됐습니다. 인터넷 뱅킹과 전자상거래가 종일 마비됐습니다. 이 시기의 위협 모델을 생각해보면 당시 대응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됩니다. 웜은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기만 하면 알아서 들어옵니다. 사용자가 뭘 잘못 클릭할 필요도 없습니다. 디도스는 서비스를 통째로 세웁니다. 표적이 공공기관이면 행정이 멈춥니다. 이런 위협에 대해 "연결을 끊는다"는 대응은 논리적으로 정확합니다. 전파 경로가 네트워크 자체니까 네트워크를 끊으면 전파가 멈춥니다. 2007년 4월 국가정보원이 국가와 공공기관 대상 망분리 가이드라인을 냈고, 일부 기관에서 먼저 적용한 뒤 2008년부터 공공기관 도입이 본격화됐습니다. 그리...

무료라는 구글 AI 도구 4개의 조건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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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AI 도구 네 개를 소개하는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목록은 미리 정해져 있었습니다. 웹사이트 주소만 넣으면 SNS 콘텐츠를 기획해준다는 Pomelli, 텍스트만 쳐도 UI 시안이 나온다는 Stitch, 클릭 몇 번으로 업무를 자동화한다는 Opal, 이미지를 만들어 무드보드에 늘어놓는 Mixboard. 넷 다 구글 랩스에서 나왔고 넷 다 무료라고 적혀 있으니, 기능만 훑어서 표로 만들면 끝나는 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능 정리는 실제로 금방 끝났습니다. 각각 뭘 넣으면 뭐가 나오는지는 공식 발표 글 네 개를 읽으면 한 시간 안에 파악됩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한 줄을 붙이려다 걸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한국에서 열리나." 이걸 확인하러 들어갔더니 네 개의 답이 다 달랐습니다. 하나는 검색 결과가 서로 정반대를 말하고 있었고, 하나는 나라는 열려 있는데 언어가 안 열려 있었고, 또 하나는 나라도 언어도 넘겼는데 계정 종류에서 문이 안 열렸습니다. 무료라는 단어가 네 번 나왔지만 그 단어가 붙어 있는 자리가 넷 다 달랐습니다. 무료가 걸려 있는 문턱은 네 개입니다 도구를 처음 열어볼 때 대부분 확인하는 건 요금제입니다. 유료인지 무료인지, 카드가 필요한지. 구글 랩스 실험은 그 질문에 전부 "무료"라고 답합니다. 그래서 요금제만 보면 네 개가 똑같아 보입니다. 실제로 쓸 수 있느냐를 가르는 문턱은 그 아래에 네 개가 더 있습니다. 나라부터 걸립니다. 랩스 실험은 거의 예외 없이 미국에서만 먼저 열립니다. Opal은 2025년 7월 24일 공개 당시 미국 전용이었고, Mixboard는 2025년 9월 23일 미국 공개였습니다. 여기서 한국까지 오는 데 Opal은 두 달 반, Mixboard는 한 달이 걸렸습니다. 이 시차 동안 한국어 소개 글이 잔뜩 올라오는데 정작 링크를 누르면 지역 제한 안내가 뜹니다. 나라가 열려도 언어는 따로 놉니다. 이 둘이 별개라는 걸 이번에 처음 제대로 봤습니다. 지원 국가 목록에 ...

개인 AI 에이전트 22개월을 날짜로 정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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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제 메일 서버가 502를 냈고 그걸 고치는 동안 터미널을 한 번도 안 열었습니다. 그 뒤로 개인 AI 에이전트 쪽 소식을 전보다 자주 찾아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제미나이 스파크 설명 영상을 하나 봤는데, 소개하는 톤이 거의 신대륙 발견이었습니다. 24시간 일하는 개인 비서, 노트북을 덮어도 계속되는 작업, 사람이 자리에 없어도 진행되는 업무. 듣다 보니 좋기는 한데 어디서 본 것 같아서, 영상을 멈추고 출시 날짜를 하나씩 검색해 표로 정렬해봤습니다. 표는 깔끔하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제 머릿속 정렬이 두 번 틀려 있었다… 22개월을 날짜로 정렬했습니다 처음에 제가 세운 계보는 이랬습니다. 2026년 1월에 오픈클로가 있었고, 3월에 클로드 디스패치가 나왔고, 챗지피티가 원격 기능을 붙였고, 5월에 제미나이 스파크가 등장했습니다. 마지막에 나온 게 제일 진화한 것이라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붙어 있었습니다. 이 계보는 두 군데가 틀렸습니다. 순서가 틀렸고, 시작점이 틀렸습니다. 그리고 시작점은 제가 짐작한 것보다 한참 앞이었습니다. 시점 제품 일이 실제로 돌아가는 곳 2024년 10월 22일 Claude computer use 베타 개발자가 붙이는 곳 2024년 12월 11일 Project Mariner 프로토타입 구글 클라우드 2025년 1월 14일 ChatGPT Tasks 베타 OpenAI 서버 2025년 1월 23일 Operator OpenAI 서버 2025년 5월 20일 Project Mariner 정식 구글 클라우드 2025년 7월 17일 ChatGPT agent OpenAI 서버 2025년 8월 31일 Operator 종료 2025년 10월 ChatGPT Atlas 내 컴퓨터 2026년 1월 말 OpenClaw 내 컴퓨터 2026년 2월 15일 OpenClaw 창시자 OpenAI 합류 2026년 3월 17일 Claud...

메일 서버를 고치는 동안 터미널을 안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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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메일함을 열려고 mail.apple-io.com 주소를 쳤는데 502가 떴습니다. Bad Gateway. 어차피 혼자서는 감이 안 잡히는 종류의 에러라 늘 하던 대로 ChatGPT 창을 켰고, 증상을 적었고, 이제 터미널을 열어서 docker ps 결과를 긁어올 차례였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잠시 뒤에 메일함이 200으로 돌아왔는데, 그때까지 제가 친 명령어는 한 개도 없었습니다.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좋다는 쪽이 아니라 그냥 이상했습니다. 그러다 이 블로그에 바로 어제 올린 글 을 다시 열어봤습니다. 인터넷이 끊긴 평가 샌드박스 안에서 에이전트들이 사내 패키지 캐시를 게시판으로 쓰다가, 파일 쓰기가 막히자 폴더 이름으로 글을 쓴 이야기입니다. 그 글에서 제가 마지막에 적은 문장은 "우리가 목표를 줄 때 무엇을 생략하고 있는지"였습니다. 오늘 저는 목표가 아니라 승인을 줬습니다. 무엇을 승인했는지는 여전히 어디에도 안 적혀 있었습니다. 7월까지의 루프 지난달까지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순서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터미널을 엽니다. SSH로 들어갑니다. docker ps , docker logs , curl 을 칩니다. 출력을 마우스로 긁어서 ChatGPT에 붙여넣습니다. 답을 읽습니다. 답 안에 있는 명령어를 복사합니다. 터미널에 붙여넣습니다. 결과를 다시 긁어서 붙여넣습니다. 이걸 문제가 풀릴 때까지 반복합니다. 이 루프는 느렸습니다. 명령어 하나 주고받는 데 왕복이 필요했고, 출력이 길면 어디까지 붙여넣을지 제가 잘라야 했고, 잘못 자르면 진단이 엉뚱한 데로 갔습니다. 컨테이너 로그 같은 건 특히 그렇습니다. 수백 줄 중에 어느 부분이 중요한지 알면 애초에 물어볼 필요가 없는데, 모르니까 물어보는 거고, 모르는 채로 잘라서 보내면 잘라낸 쪽에 답이 있는 경우가 꼭 생깁니다. 그렇게 두 시간 날린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왕복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했었습니다. 그 루프에는 제가 의식하지 않던 기능이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