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agent가 못 보는 건 코드가 아니라 그 코드 바깥입니다
AI 때문에 개발자가 사라진다는 말을 요즘 정말 자주 듣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말을 개발을 잘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매일 쓰는 개발자들이 더 많이 한다는 점입니다. 매일 눈앞에서 AI가 자기 대신 코드를 뽑아내는 걸 보고 있으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는 "주니어 업무부터 줄어들겠지" 정도였는데 이제는 시니어도 안전하지 않다는 쪽으로 얘기가 넘어갔습니다. 얼마 전에 지인 한 명이 진지하게 커리어 전환을 고민한다고 했습니다. 30년 넘게 코딩한 사람입니다. 자기가 일주일 붙들 일을 AI가 몇 시간 안에 대충 형태를 만들어내는 걸 보면서 묻더군요. "내가 지금 쌓고 있는 숙련이 3년 뒤에도 값이 있을까?" 반대로 다른 한 명은 AI를 거의 안 쓰는 팀원들을 보면서 완전히 다른 불안을 말합니다. "저 사람들은 지금 뭘 준비하고 있는 거지?" 같은 시기에 정반대 방향의 공포가 동시에 생기고 있는 셈입니다. 둘 다 이해는 갑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불안의 출발점 자체가 조금 틀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개발자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개발자"라는 말이 가리키는 대상이 바뀌는 중입니다. 이 변화가 너무 빠르고 거칠게 오니까 사람들이 제일 쉬운 문장으로 번역해버립니다. "개발자 없어지는 거 아냐?" 실제로는 조금 다릅니다. 구현만 하던 개발자의 자리가 줄어드는 것이고,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정의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판단하는 개발자의 자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앞의 지인 질문으로 돌아가면, 저는 그때 제대로 답을 못 했습니다. 값이 있다고 말하기도 없다고 말하기도 애매했습니다. 30년 코딩한 사람의 숙련이 전부 같은 종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같은 30년 안에 서로 다른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하나는 "이 언어로 이 구조를 이렇게 만든다" 쪽이고, 다른 하나는 "이 요구를 이대로 받으면 반년 뒤에 여기가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