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룰 엔진 코드를 열 때마다 손이 떨렸다. 내가 짠 코드인데. 아니, 정확히는 내가 시켜서 AI가 짠 코드인데.
버그는 코드가 아니었다
천간지지 계산, 오행 상생상극, 십성 도출 — 로직 자체는 돌아간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어느 날 천간 강도 계산 방식을 바꿨다. 화면이 좀 더 나을 것 같아서. 다음 날 풀이 텍스트 구조를 바꿨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싶어서. 그 다음 날 또 바꿨다.
AI는 군말 없이 다 만들어줬다. 시키는 대로.
한 달 뒤 코드를 보니 같은 로직이 세 가지 버전으로 공존하고 있었다. 어떤 게 최신인지, 왜 그렇게 바꿨는지 — 기억이 없었다.
바이브 코딩의 진짜 함정
흔히 바이브 코딩 문제를 "AI가 엉터리 코드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틀렸다. AI는 생각보다 잘 만든다.
진짜 문제는 기준이 없는 사람이 시킨다는 것이다.
사주 도메인은 해석 유파가 여럿이고, UI/UX 정답도 없다. 그 모호함 속에서 나는 매일 다른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 AI는 그걸 그대로 만들었다. "저렇게 하면 어떨까" — 또 만들었다.
코드는 내 변심의 역사가 됐다. 룰 엔진이 불안정한 게 아니라, 내가 불안정한 룰 엔진이었다.
유지보수가 지옥이 된 구조
사주 룰 엔진은 완성이 없다. 천간지지 기본 계산은 고정이지만, 그 위에 올라가는 해석 레이어는 끝없이 보완된다. 이건 도메인 특성상 어쩔 수 없다.
문제는 그 보완이 원칙 없이 쌓였다는 것이다.
"일간이 약할 때 용신 처리를 어떻게 할까" — 오늘의 결정이 어제의 로직과 충돌한다. 충돌을 해결하려면 어제 코드를 이해해야 한다. 어제 코드는 그제의 맥락 위에 있다.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왜 이렇게 됐는지 알 수 없는 지점이 나온다.
거기서 손 떨림이 시작됐다.
지금 하는 것
결정을 먼저, 코드는 나중이다.
"이 도메인에서 내가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을 먼저 정한다. 천간지지 계산은 수식이 명확하니까 고정. 오행 상생상극 관계도 고정. 여기까지는 AI한테 맡겨도 된다.
해석 레이어는 다르다. 내가 어떤 유파의 관점을 따를지 먼저 결정하고, 그 결정을 문서로 남긴 뒤 코딩한다. 바꾸고 싶을 때는 코드가 아니라 문서를 먼저 고친다.
AI는 여전히 쓴다. 근데 이제 내가 기준이고, AI는 도구다. 반대였던 게 문제였다.
다음은 그렇게 정리하고 나서 인프라를 어떻게 0원으로 만들었는지 — 타협한 것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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