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gravity로 바이브 코딩해서 만든 앱을 개발자 입장에서 뜯어보면

반응형

솔직하게 말한다. 부럽다.

 

진짜로 개부럽다. 개발자로 오랜기간 살면서 Flutter 한 줄 짜는 데 환경 세팅만 하루 날린 사람 입장에서, 프롬프트 몇 개로 아이폰 시뮬레이터 캡처 뽑아내는 거 보면 뭔가 묘한 감정이 든다.

근데 그 감정이 가라앉고 나면 보이는 게 있다.

 

트렌드의 이동 경로

작년 여름, Claude Code가 개발자 커뮤니티를 흔들었다. 터미널 기반, 코드베이스 전체를 컨텍스트로 잡고, 멀티 파일 수정. 개발자들 사이에서 "이건 진짜 다르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 직후 OpenAI가 Codex를 들고 나왔다.

2025년 11월, Google이 Antigravity를 출시했다. Gemini 3와 동시 발표, VSCode 포크 기반, 에이전트 여러 개를 병렬로 돌리는 Manager View가 핵심이다. Flutter 앱을 프롬프트 하나로 만들어주는 데모 영상이 퍼졌다.

그 다음 달부터 커뮤니티 자랑글의 캡처가 바뀌었다. Vercel 배포 화면에서 iPhone 시뮬레이터 화면으로.

 

여기서 첫 번째 문제가 나온다.

Claude Code는 비개발자 도구가 아니다.

터미널을 열어야 한다. Git이 설치돼 있어야 한다. 코드베이스 구조를 이해하고 지시해야 한다. AI가 수정한 파일이 왜 동작하는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비개발자가 Claude Code로 앱을 만들었다면, 정확히는 이렇다. Claude Code가 만든 걸 Claude Code가 실행한 거다. 그 사람은 프롬프트를 입력한 것이다.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게 본인의 역할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비개발자를 위한 도구는 Cursor, Windsurf, Antigravity다. 설계 목적 자체가 다르다.

 

Antigravity가 실제로 뭘 바꿨나

바꾼 게 하나 있다. 진입 장벽의 위치.

전엔 코드 작성이 장벽이었다. 지금은 코드 작성이 장벽이 아니다. Antigravity가 Flutter 앱 코드를 만들어주고, 에이전트가 파일을 생성하고, 시뮬레이터에서 실행까지 한다. 이건 사실이고, 대단한 일이다.

장벽이 사라진 게 아니다.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 뒤로 이동한 장벽이 훨씬 높다.

 

모바일 빙산을 웹과 비교하면

웹앱의 배포는 Vercel 버튼이다. 모바일은 구조적으로 다르다.

Apple Developer Program — 연 129달러, 개인 또는 법인 등록. 법인이면 D-U-N-S 번호가 필요하다. 이게 뭔지 모르면 구글에 치는 것부터 시작이다.

코드 서명 — 인증서, 프로비저닝 프로파일, 번들 ID. Xcode가 자동으로 해주는 경우도 있고 안 해주는 경우도 있다. 왜 안 해주는지 AI한테 물어보면 30분 동안 같은 걸 반복한다.

App Store 심사 — 평균 1~3일, 반려율이 생각보다 높다. 반려 사유가 "Guideline 4.0 - Design"이면 무슨 뜻인지 찾아봐야 한다. 가이드라인 문서가 500페이지다.

실기기 테스트 — 시뮬레이터에서 됐다고 아이폰에서 되는 게 아니다. 기종마다 화면 크기 다르고, 노치 위치 다르고, Dynamic Island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레이아웃에서 다르게 깨진다.

업데이트 — 버그 수정했다. 바로 배포 안 된다. 심사 다시 받는다. 긴급 수정이어도 심사 기다린다.

이 목록 중에서 Antigravity가 해결해주는 게 하나도 없다.

 

두 번째 문제. 판단의 공백.

AI가 코드를 만드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드러나는 게 있다. 코드보다 먼저 결정해야 할 것들이다.

이 앱에 회원가입이 필요한가. 무료로 할 건가, 구독으로 할 건가, 인앱 결제로 할 건가. 사용자 데이터를 어디에 저장할 건가. Supabase? Firebase? 직접 서버? 개인정보 처리방침은 어디에 올릴 건가. 앱스토어 심사에 URL이 필요하다. 서버가 다운됐을 때 앱에서 뭘 보여줄 건가.

프롬프트 잘 쓴다고 나오지 않는다. 비즈니스 판단과 도메인 지식이다.

Antigravity 공식 문서에 이런 말이 있다. "We built Antigravity because we believe agents shouldn't just be chatbots in a sidebar; they should have their own dedicated space to work." 맞는 말이다. 근데 에이전트가 비즈니스 모델을 결정해주지는 않는다.

 

진짜 해자 얘기를 다시 한번

이전 글에서 해자(Moat) 얘기를 했다. 모바일은 웹보다 이게 더 복잡하다.

앱스토어에는 현재 앱이 190만 개 넘게 올라가 있다. 카테고리 검색하면 비슷한 앱이 한 화면에 20개다. Antigravity로 만든 앱이 올라가면, 경쟁자들도 Antigravity로 만든 앱을 올린다.

앱 아이콘, 스크린샷, 제목, 키워드. 이게 앱스토어 최적화(ASO)다. 코딩과 전혀 다른 영역이다. 잘 모르면 아무도 검색에서 못 찾는다.

리뷰 관리도 있다. 별점 1개짜리 리뷰 달리면 어떻게 할 건가. 무시할 건가, 답변할 건가. 답변 잘못하면 더 이상해진다.

알림 권한 요청 타이밍 — 앱 열자마자 권한 요청하면 거절률이 높다. 언제 어떤 맥락에서 요청할지가 리텐션에 영향을 준다. 이건 UX 설계 문제이고, 데이터를 봐야 알 수 있다.

 

도구가 진화하면 뭐가 좋아지는가

진짜로 좋아지는 게 있다. 아이디어 검증 속도다.

예전엔 "이 아이디어 될까?"를 확인하려면 개발자 구해서 MVP 만드는 데 몇 달이 걸렸다. 지금은 Antigravity로 일주일이면 프로토타입이 나온다. 사용자한테 보여주고 반응 볼 수 있다.

이게 도구가 실제로 바꾼 것이다. 검증 비용이 내려갔다.

근데 이걸 "앱 완성"이라고 부르는 순간 착각이 시작된다. 프로토타입과 서비스는 다르다.

프로토타입은 "이게 될까"를 확인하는 것이다. 서비스는 "될 것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Antigravity는 전자를 빠르게 해주는 도구다.

 

결론을 하나로 압축하면

도구가 Claude Code에서 Antigravity까지 진화하는 동안, 개발의 병목이 코드 작성에서 의사결정과 운영으로 이동했다.

자랑글은 병목이 사라진 지점에서 찍은 캡처다.

남은 병목은 캡처에 안 나온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