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주 앱을 만들다 보면 프롬프트에 이런 문장을 쓰게 된다.
"당신은 전문 사주 역술인입니다."
선언하면 그렇게 행동할 거라는 기대. 근데 실제로 돌려보면 어느 서비스나 비슷한 해석이 나온다. "일간이 甲木이므로 리더십이 강합니다." 스타일 옵션을 바꿔도 톤만 조금 달라질 뿐, 핵심 내용은 수렴한다.
왜 그럴까.
역할극과 해석 철학은 다르다
"전문 역술인입니다"라고 선언하는 건 역할극(role-play)이다. LLM은 그 역할에 맞는 말투와 어휘를 고르기 시작한다. 근데 해석의 관점은 말투가 아니다.
실제 역술인의 세계를 보면 같은 사주를 두고 이런 차이가 난다:
| 편재 3개 | "사업해야 돼" | "격국이 깨진 거야" | "자유에 대한 욕구야" |
| 답변 방식 | 즉답, 단정적 | 근거 제시, 유보적 | 질문 유도, 탐색적 |
이 차이는 말투가 아니다. 같은 데이터를 보고 어떤 이야기를 만드느냐의 차이다. 어떤 오행 관계를 우선시하는지, 상극을 부정으로 볼지 성장의 긴장으로 볼지, 결론을 단정할지 열어둘지 — 이게 쌓여서 한 역술인의 해석 철학이 된다.
LLM에게 "전문 역술인입니다"라고 하면 이 철학이 주입되지 않는다. 학습 데이터 안에 있는 평균적인 사주 해석이 나올 뿐이다.
AI는 학습 데이터의 평균을 출력한다
LLM의 작동 방식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편재가 많다"는 입력에 대해 인터넷에 쌓인 수많은 사주 글들의 평균적 답변이 나온다. 어떤 LLM을 써도 비슷한 건, 학습 데이터의 출처가 겹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문 역술인입니다"를 붙여도 데이터의 평균값은 바뀌지 않는다. 말투가 조금 더 권위 있어 보일 뿐.
결국 이 파이프라인에서 어디에도 "이 서비스만의 관점"이 없다:
"사주 분석해줘"
↓
LLM 학습 데이터의 평균
↓
성격/직업/재물/건강/연애
↓
"일간이 甲木이므로 리더십이 강합니다"
계산기와 해석자의 차이
사주에서 계산은 누구나 같다. 60갑자, 오행, 십신 — 공식이 정해져 있다. 차이를 만드는 건 이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다.
실제 상담에서 역술인이 차별화되는 건 이런 것들이다. 자기 인생 경험이 해석에 녹아드는 것, 특정 학파나 해석 체계에 대한 깊은 확신, "좋다/나쁘다"가 아니라 "왜 그런지, 그래서 어떻게"의 독자적 논리, 상담자의 현재 맥락을 듣고 해석 방향을 잡는 능력.
마지막이 특히 중요하다. 같은 편재 과다라도 사업가에게는 "확장의 에너지", 직장인에게는 "이직 충동"으로 다르게 풀어야 한다. 맥락 없이 팔자만 보면 평균적 해석밖에 못 한다.
프롬프트에 역할 선언만 있고 해석 원칙이 없으면, AI는 계산기에서 멈춘다.
그래서 뭘 바꿔야 하는가
방향은 하나다. 해석 원칙을 구체적으로 주입해야 한다. "전문 역술인입니다" 대신 이 서비스가 어떤 학파를 따르는지, 어떤 관계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결론을 어떤 형태로 내는지를 프롬프트에 넣어야 한다.
말하기 쉽고 하기 어렵다. 개발자가 그 해석 원칙을 먼저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메인 공부 없이 AI에게 설계를 맡기면 이 단계에서 막힌다. 결국 "전문 역술인입니다"로 퉁치게 된다.
나는 지금 이 부분을 다시 설계하는 중이다.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는 서비스가 업데이트되면 보일 거다.
요약: 역할 선언은 말투를 바꾸지 해석 철학을 바꾸지 않는다. AI 사주 서비스가 차별화되려면 프롬프트에 구체적인 해석 원칙이 있어야 하고, 그건 개발자가 도메인을 공부해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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